미 육군이 5개 원자력 기업을 선정해 군기지에 마이크로 원자로 20기 이상을 건설한다.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사업비는 2027회계연도부터 2031회계연도까지 최대 22억달러다. 첫 원자로는 2028년 9월 말까지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 육군과 국방혁신부대(DIU)는 26일 ‘야누스 프로그램’의 사업자와 첫 배치기지를 발표했다.

마이크로 원전 스타트업 안타레스는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 BWXT는 켄터키 포트 캠벨, 제너럴아토믹스 전자기시스템은 텍사스 포트 후드에 원자로를 배치한다. 래디언트는 조지아 포트 베닝, 웨스팅하우스 정부서비스는 뉴욕 포트 드럼을 맡았다.

업체마다 별도의 기타거래협정(OTA)을 체결하고 설계, 원자로 제작, 연료 확보, 인허가, 설치와 가동 목표를 통과할 때마다 정부가 대금을 지급한다. 기술개발과 시제품 건설, 첫해 운전비가 포함된 5년간의 최대 재원이다. 업체가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육군은 후속 지급을 중단할 수 있으며 계약해지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육군은 업체별 배정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래디언트만 최대 7억5000만달러를 받아 전기출력 1MW급 ‘칼레이도스’ 원자로 15기를 개발·배치한다고 밝혔다.

원자로는 민간 사업자가 소유하고 운전한다. 육군은 기지를 제공하고 장기간 전력을 구매하며, 설계와 안전성·보안·운전성능을 검증한다. 육군은 정부 지원액보다 더 많은 민간자본이 각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1MW 원자로를 미 육군 곳곳에 넣는다

야누스가 도입하는 설비는 대형 원전이나 일반적인 상업용 소형모듈원자로(SMR)보다 작다. 상업용 SMR은 수십~수백MW의 전기를 생산해 도시와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군이 검토하는 마이크로 원전(MMR)은 대체로 1MW에서 수MW급이다. 컨테이너와 트럭으로 옮길 수 있고, 기지 내부의 지휘통제시설과 통신망, 레이더, 데이터센터, 무기고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한다.

미군은 기지 외부 송전망이 공격받거나 자연재해로 끊겨도 작전을 계속해야 한다. 디젤발전기는 즉시 투입할 수 있지만 연료를 계속 운반해야 한다. 해외 전방기지에서는 유조차와 연료저장소가 공격 대상이 된다. 미국 본토에서도 변압기와 송전소, 가스관이 파괴되면 발전기를 장기간 돌리기 어렵다.

MMR은 수년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24시간 운전할 수 있다. 출력이 작아 기지 내부 독립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와 연결하기 쉽고, 전력수요가 큰 기지에는 여러 기를 묶어 설치할 수 있다.

2025년 5월 발효된 행정명령 14299호는 육군을 미 국방부 전체의 원자력 에너지 총괄기관으로 지정했다. 육군은 자체 규제체계로 관리하는 첫 원자로를 2028년 9월30일까지 미국 내 군사기지에서 가동해야 한다.

야누스에 앞서 미 국방부는 ‘프로젝트 펠레’를 통해 이동형 원자로를 개발해왔다. BWXT가 제작하는 펠레는 전기출력 1~5MW의 고온가스로다. 원자로 모듈을 20피트 컨테이너 여러 개에 나눠 싣고 트럭이나 수송기로 옮기도록 설계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마이크로그리드에 연결해 최소 3년간 운전할 계획이다. 야누스는 이 기술을 실제 군사기지의 상시 전력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공군은 네 곳에서 별도 MMR 사업…오픈AI 샘 올트먼 투자기업 오클로 참여

미 공군도 군사시설용 첨단원자력(ANPI)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26년 4월 공군부와 DIU는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안타레스는 텍사스 샌안토니오 합동기지, 래디언트는 콜로라도 버클리 우주군기지, 웨스팅하우스는 몬태나 맘스트롬 공군기지에서 설계와 환경평가를 시작한다. 공군은 2030년까지 세 곳 가운데 최소 한 곳에서 원자로를 가동한다.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에서는 별도의 원자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군은 2025년 6월 오클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미 공군이 선택한 후보지는 이렇게 네 곳이다. 육군 야누스가 확정한 5곳까지 포함하면 미군은 최소 9개 기지에서 상업용 MMR의 배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은 지상 발전용과 별도로 우주 궤도용 MMR도 개발하고 있다. 미 공군연구소의 ‘JETSON’은 위성에 전기와 추진력을 공급하는 궤도용 핵분열 원자로다.

공군연구소는 2023년 록히드마틴에 3370만달러를 지급해 JETSON 우주선 설계를 맡겼다. 스페이스 뉴클리어 파워(스페이스뉴크)와 BWXT가 원자로와 연료 개발에 참여한다. 핵분열 열을 스털링 엔진으로 전환해 6~20kW의 전기를 만들고 홀추력기와 위성 탑재장비에 공급하는 설계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이 약한 심우주나 지구 그림자 안에서 출력이 떨어진다. 원자로를 장착한 위성은 고출력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장시간 운용하고 전기추진기로 궤도를 바꿀 수 있다. 미국은 1965년 이후 우주에 핵분열 원자로를 띄운 적이 없다. JETSON 역시 설계·검토 단계다.

NASA와 에너지부가 추진하는 달 표면 핵분열발전과 핵열추진 사업도 별도로 존재한다. 군 위성용 JETSON, 달 기지 전력, 화성 탐사용 핵추진은 출력과 사용환경, 발주기관이 각각 다르다.

오클로 오로라 마이크로원자로 발전소
오클로의 오로라 파워하우스.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오클로를 선정했다. PHOTO · Oklo

미군이 마이크로원전 기업의 첫 고객

야누스의 산업적 의미는 20기의 발전용량보다 조달 방식에서 드러난다. 오클로 등 MMR 기업들은 지금까지 설계와 투자유치에 집중했다. 장기간 전력을 구매할 고객이 없었고 첫 원자로의 제작비와 인허가 위험도 컸다.

육군은 5개 기업을 동시에 경쟁시키고, 업체는 군 납품실적을 확보한 뒤 데이터센터와 광산, 오지 산업시설, 재난대응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

육군은 한 업체에 20기를 몰아주지 않았다. 서로 다른 원자로와 연료를 실제 기지에서 비교하면서 성능이 떨어지거나 자본을 확보하지 못한 회사를 중간에 탈락시킬 수 있도록 계약을 짰다. 5개사가 선정됐지만 모두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핵연료 공급망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래디언트와 안타레스의 원자로는 농축도 19.75%의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TRISO 형태로 사용한다.

래디언트는 스탠더드 뉴클리어와 2031년까지 수t 규모의 연료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안타레스의 마크-0 시험로에는 BWXT가 제조한 TRISO 연료 컴팩트가 들어갔다. 두 회사는 원자로 사업에서 경쟁하지만 핵연료 제조에서는 공급사와 고객으로 연결된다.

미 육군 장병들과 AN/TPQ-53 대포병 레이더 시스템
미 육군 제10산악사단 장병들이 AN/TPQ-53 대포병 레이더 시스템 훈련을 마친 뒤 장비 앞에 섰다. 레이더·지휘통제·통신장비를 끊김 없이 운용할 독립전력이 야누스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PHOTO · U.S. Army / Sgt. Chase Murray

2028년 MMR 첫 가동, 2031년까지 상용화 검증

앞으로 5년 동안 확인할 숫자는 실제 가동 원자로 수다. 2028년 9월 육군 첫 MMR 가동, 2030년 공군 첫 MMR 가동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20기 이상이라는 일정이다.

첫 원자로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미군기지는 마이크로원자로의 대형 실증장이 된다. 공장에서는 같은 설계의 원자로를 반복 생산하고, 연료·열교환기·전력변환장치·제어계통·차폐·운송·해체 산업이 함께 생긴다. 미국 정부는 군 납품실적을 기반으로 동맹국과 해외 원격시설에 원자로를 수출할 수 있다.

10년 뒤 미군은 본토 기지와 우주 궤도에서 핵분열 전력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로 보안과 사이버 공격 방어, 사용후핵연료 보관, 사고대응, 폐로 기술도 군사 인프라의 일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