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주군 사관학교를 창설한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과 미래 치러질 수 있는 인공지능(AI) 우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육해공군 전력을 통합하는 우주군 전력 자체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텍사스주 휴스턴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 아카데미’ 설립안을 마련할 대통령위원회 구성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에게 우주명예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발표했다.

우주군은 통신·정찰·항법·미사일경보 위성을 운용하고 적국의 육해공 전력 상태와 공격 징후, 경로를 감시한다. 인공지능은 적국의 타깃 시설과 인력을 제거하는 데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하메네이 등 수뇌부 제거작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팰런티어와 앤스로픽의 AI 기술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과 경제정책보좌관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국방·공군·국가안보·예산 책임자가 위원으로 들어간다. 위원회는 오는 12월 26일까지 학교의 지배구조와 학위과정, 입학요건, 졸업생 복무의무, 부지 선정, 개교 일정, 필요 입법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지를 곧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은 대통령위원회가 영구 부지 선정 절차를 제안하도록 했다. 최종 위치는 의회와 예산 협상 과정에서 결정된다.

NASA·우주군·민간기업 인재를 함께 키운다

우주 아카데미는 우주군 장교만 배출하는 군사학교와 구성이 다르다. 행정명령은 NASA가 주도하는 연방 아카데미로 규정했다. 우주비행사와 과학자, 엔지니어, 위성·발사체 운용자, 기업가, 공무원, 군인이 양성 대상에 포함됐다.

군 복무와 NASA 등 연방기관 근무가 졸업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4년제 학위와 등록금 면제, 졸업 뒤 수년간의 의무복무가 논의되고 있다.

교육과정에는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전자전, 유인·무인 우주비행 운용, 지상 관제, 우주선 설계, 궤도역학과 통신, 조달 노하우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와 ULA, 위성·센서·소프트웨어 기업 등을 교육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 우주군 장병들이 합동우주작전센터에서 근무하는 모습
미 우주군 장병들이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우주군기지 합동우주작전센터에서 위성과 우주작전을 감시하고 있다. PHOTO · U.S. Space Force / Tech. Sgt. Luke Kitterman

골든돔 지휘관 양성

이번 구상은 아이작먼 NASA 국장이 지난해 작성한 ‘프로젝트 아테나’와 연결된다. 아이작먼은 당시 ‘스타플릿 아카데미’ 설립을 제안했다. 우주비행 하드웨어의 운용 적합성을 인증하고 관제사와 승무원, 기술책임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기관을 제안했다.

아이작먼은 이번 발표에서 달 유인탐사와 달기지 건설, 우주 원자력, 궤도 경제와 과학 탐사를 이끌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 등 우주기업이 발사와 유인수송, 우주정거장, 달 화물운송을 맡기 시작하면서 NASA의 역할은 복합사업 관리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행정명령의 명시 대상은 미국의 우주 인력 전반이다. 미 정부가 추진하는 미 전역 미사일방어체계 골든돔은 우주 적외선센서와 통신위성, 지상 레이더, 지휘통제망, 요격체계를 연결해야 한다.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고 공격 징후를 판별하며 민간 위성망을 군사작전에 통합할 기술 지휘관이 필요하다. NASA와 기업, 군을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는 우주군 사관학교를 창설한 이유다.

이로써 20세기 중반 창설 이래 ‘평화적 우주 이용’에 국한됐던 NASA의 역할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1958년 제정된 미국 항공우주법은 NASA에 평화적 우주활동을 맡겼다. 무기체계 개발과 군사작전, 국방 활동은 국방부가 담당하도록 책임을 구분했다. 이 원칙에 따라 NASA는 민간 탐사·과학기관으로 운영돼 왔다.

신설되는 우주 아카데미는 NASA가 주도하면서 우주군 복무자와 군사 우주인력을 함께 양성한다. 입학 단계부터 보안인가를 요구하고 졸업생 일부를 군에 배치하면 NASA 교육과 국방 인력양성이 같은 조직 안에서 움직인다.

공군 교육체계 위에 새 아카데미

그동안 미 우주군은 공군의 선발·교육시설을 활용했다. 장교는 미 공군사관학교와 공군 학군사관후보생 과정(AFROTC), 공군 장교훈련학교(OTS)를 통해 임관한다. 미 공군사관학교는 올해 졸업생 931명 가운데 93명을 우주군 소위로 배출했다.

임관 이후 전문교육은 우주훈련준비사령부(STARCOM)가 담당한다. 현재 우주군 인력은 제복군인 약 1만명과 민간인 약 5000명이다. 새 우주 아카데미는 이 체계 위에 추가된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ASA 존슨우주센터 항공사진
텍사스주 휴스턴 NASA 존슨우주센터. 미국 우주 아카데미 설립 행정명령 서명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PHOTO · NASA

중국은 군사대학과 우주부대를 직접 연결

미국의 우주사관학교 창설 배경엔 중국도 있다. 중국은 우주와 AI, 핵융합 등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전 분야에서 미국과 건곤일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일찍이 군 중심의 우주인력 양성체계를 운용해왔다.

2024년 전략지원부대를 해체한 뒤 군사우주부대와 정보지원부대, 사이버공간부대를 재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우주공학대학은 위성운용과 우주공학, 군사우주 임무를 교육하고 부대 직무훈련과 바로 연결한다.

여기에 일반 과학기술대학과 중국과학원, 국유 우주기업, 우주비행사 선발·훈련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군사우주 인력은 전용 군사대학에서 양성하고 민간 연구기관과 국유기업이 기술을 공급하는 구조다.

미국은 NASA가 중심을 잡고 우주군과 민간기업을 교육과정에 참여시키는 혼합형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군 주도 체계에 대응하면서 미국의 강점인 대학·민간기업·연방 연구기관을 하나의 인력망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국방부 흔들리는 동안 우주전력도 무너져

한국의 군 우주인력은 공군사관학교 우주공학 교육과 항공우주통제학교 직무교육 후 우주작전전대 배치로 이어진다. 민간에서는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대학, 기업이 인력을 나눠 양성한다. 각 조직에서 경력을 시작한 인력이 군과 연구기관, 정부, 기업을 오갈 수 있는 경로는 거의 없다.

특히 한국은 이번 정부 들어 계엄에 대한 책임추궁 성격인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이슈에 묻혀 우주군 전력 정비와 강화는 뒷전이 됐다.

이재명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전시작전권 회수 방침에서도 한미 우주정보 공유와 감시정찰, 미사일 경보 등 우주군 전력의 역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권 조기 회수에 대해 계속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업계 관계자는 ‘사람을 선발해 훈련한 뒤 우주 합동전력 현장에 남게 만드는 국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국방부가 우주군 장학제도를 만들어 학비와 학위과정을 지원하고 졸업생이 군과 민간기업, 연구기관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