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스타십 대량운항을 위한 1000억달러 규모 발사기지를 건설한다.

스페이스X와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25일 루이지애나주 남서부 멕시코만 연안 버밀리언 패리시 일대에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스타십 생산 공장과 추진제 생산시설, 발전소, 항만과 공항을 한곳에 결합한 우주산업 도시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을 하루에 수십 번 발사할 수 있는 우주단지로 건설한다. 면적은 526㎢로 서울 면적 605㎢의 약 87%다. 기존 스타십 제조공장인 텍사스 스타베이스 부지보다 118배 크다.

건설은 2027년 시작한다. 첫 스타십 발사 시기는 2029년으로 잡았다. 완공되면 발사단지 5곳에 발사대 2개씩 모두 10개의 스타십 발사대를 설치한다.

스타십 생산·조립시설, 발사체 처리시설, 액체메탄·액체산소 저장시설과 자체 추진제 생산공장, 발전소, 직원 주거단지, 심해항만이 함께 들어선다.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은 자체 공항 건설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1000억달러 이상이다. 스페이스X와 루이지애나가 제시한 장기 총투자계획이다. 세부 연차별 투자액과 자기자본·차입금, 주정부 지원의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스타십을 항공기처럼 하루 30회 쏜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 운항 횟수가 2030년엔 하루 30회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만950회다. 루이지애나 주정부가 밝힌 공식 목표는 ‘연간 수천 회 발사를 지원하는 시설’이다.

루이지애나에서 하루 30회를 발사한다고 가정하면 발사대 하나가 하루 3회, 평균 8시간마다 스타십 한 대를 쏴야 한다. 로켓산업이 경험한 적 없는 회전율이다. 스타십과 슈퍼헤비의 완전 재사용, 발사대 복귀, 추진제 재충전, 화물 적재, 기체 점검이 항공기 운항처럼 반복돼야 가능한 숫자다.

발사대 10개를 먼저 짓겠다는 결정은 앞으로 스페이스X의 경영 방침을 보여준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각국 공항을 분주히 오가는 항공기처럼 대량 운항하는 수송선단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텍사스 스타베이스는 스타십을 개발하는 시험기지다. 발사대가 제한돼 있고 생산·시험·발사가 한곳에 몰려 있다.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와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는 NASA와 미군, 다른 민간 발사체가 사용하는 국가 우주항이다. 스페이스X가 원하는 속도로 발사 일정을 독점하기 어렵다.

스페이스X가 루이지애나에 발사대뿐 아니라 추진제 생산시설과 발전소, 심해항만을 함께 짓는 이유다. 천연가스를 현장에서 액체메탄으로 만들고, 대형 기체와 부품은 선박으로 옮기는 그림이다. 외부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촬영된 스타십 전신
스페이스X 직원들과 함께 촬영된 스타십. 사람과 비교하면 기체의 압도적인 크기가 드러난다. PHOTO · SpaceX

로켓기업에서 우주 운송사업자로

루이지애나에서 2029년 첫 발사가 이뤄지고 2030년대 초 여러 발사대가 가동되면, 우주산업의 경쟁 기준은 ‘누가 로켓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누가 매주, 매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가’로 바뀐다.

첫 번째 변화는 스타링크다. 스페이스X는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을 스타십으로 발사하고, 스타십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면 팰컨9을 단계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이다. 스타십 한 대가 팰컨9보다 훨씬 많은 위성을 운반하면 위성 한 기당 발사비와 배치시간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달 탐사다. 스타십이 NASA의 유인 달 착륙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지구 궤도에서 여러 차례 연료를 보급받아야 한다. 달 착륙선 한 대를 보내기 위해 최대 10여 회의 탱커 스타십 발사가 필요할 수 있다. 달 탐사는 발사 한 번의 임무가 아니라 발사대와 탱커 선단을 반복 운용하는 물류작전이 된다.

세 번째는 거대 위성이다. 현재 위성은 로켓의 지름과 적재중량에 맞춰 작고 가볍게 설계된다. 스타십의 대형 화물칸과 낮아진 운송비를 전제로 하면 더 큰 통신안테나, 우주망원경, 군사위성, 궤도 서비스 장비를 접어서 넣을 필요가 줄어든다.

스타십이 하루 수 차례 반복 운항하면 지구 저궤도에 추진제 저장소와 화물 환승기지, 위성 수리·회수시설을 배치할 수 있다. 달 궤도와 달 표면에는 통신망, 전력설비, 장기체류기지와 화물운송 노선이 생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우주 기반 AI 컴퓨팅도 머스크가 내세운 ‘하루 30회’ 발사량이 필요하다. 수천, 수만 대의 대형 AI 위성을 올리는 계획은 기존 발사체와 발사장으로는 물량을 처리할 수 없다.

화성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 한두 명을 보내는 탐사선이 아니라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 발전소, 연료공장과 수천 명을 운반하려면 수백·수천 회의 스타십 발사가 필요하다.

IPO 이후 스페이스X가 처음 내놓은 청사진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나스닥에 SPCX로 상장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끝낸 뒤 시장이 기다린 것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본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였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가 첫 번째 답으로 제시된 셈이다.

1000억달러를 10년에 걸쳐 집행해도 연평균 100억달러다. 스타링크 현금흐름과 NASA·미 국방부 계약, 주식·회사채 시장을 동시에 동원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이제 스타십의 시험비행뿐 아니라 발사대 건설속도, FAA 허가, 추진제 생산비와 실제 발사 횟수를 분기마다 검증하게 된다.

발표 당일 스페이스X 주가는 2.2% 오른 137.95달러로 마감했다. 시장은 일단 1000억달러를 비용이 아니라 미래 운송능력으로 평가했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는 화성 계획이 허황된 구호인지, 산업계획인지 가르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도로와 항만 없이 대륙을 개척할 수 없듯, 발사대와 추진제 공장 없이 행성을 개척할 수 없다.

다만 2029년 루이지애나에서 첫 발사는 회사와 주정부의 목표이지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 루이지애나 해안은 습지와 어업지역이며 허리케인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주민들은 토지 이용과 의견수렴, 소음과 어업 피해 등에 대한 협의가 부족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FAA와 연방·주 환경당국의 심사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