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시설에 배치될 첫 차세대 마이크로원자로의 행선지가 인디애나주 크레인 해군수상전센터(NSWC Crane)로 정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028년 9월 30일 이전 군사기지 원자로 가동 목표를 맞추기 위해 미 국방부가 주정부와 의회의 협조를 빠르게 끌어낼 수 있는 지역을 선택했다.
국방부는 간소화된 정부 조달 방식인 ‘상업 솔루션 공고(Commercial Solutions Opening)’를 내고 후보 기업을 추린 뒤 안전장치와 물리적 방호, 사용후핵연료 처리까지 묶어 평가할 계획이다. 통상적인 원전 사업과 순서를 달리해 부지를 먼저 확보한 데서 2년짜리 시간표의 압박이 드러난다.
주지사부터 상하원까지 한방향으로 움직여
인디애나는 마이크 브라운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7명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주정부와 지역 의회 대표단이 호응하면서 크레인이 정치적 마찰이 적은 마이크로원전 실증 부지로 떠올랐다. 원전 사업은 기술 개발 외에도 환경 심사와 규제 승인, 지역사회 협의에서 긴 시간이 걸린다. 국방부가 군사시설을 활용하면 연방정부 소유 부지라는 이점을 얻지만 안전과 핵물질 관리, 폐기물 처리 절차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크레인 해군수상전센터는 무기와 센서, 전자전 체계를 연구·시험하는 대규모 내륙 기지다. 외부 전력망에 사고가 발생해도 연구시설과 핵심 임무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독립형 전원은 기지의 작전 지속성을 높인다. 공격받기 쉬운 해외 전방기지보다 미국 본토의 연구개발 거점을 첫 배치처로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2억 달러를 받은 5개 기업, 크레인 원자로를 겨냥
미 육군이 주도하는 JANUS 프로그램은 지난 8월 안타레스, BWX테크놀로지스, 제너럴아토믹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5개 기업에 총 22억 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원자로 시제품 사업을 부여했다. 국방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업 기업이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를 군사기지에 설치하고, 실제 운전 조건에서 출력과 안전성·정비성을 검증한다.
마이크로원자로는 주요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작다. 대형 원전처럼 광범위한 송전망을 전제로 삼지 않기 때문에 군사기지와 외딴 산업시설, 광산,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공급이 끊기면 손실이 큰 수요처에 적합하다. 한 차례 연료 장전으로 장기간 운전하는 설계가 구현되면 디젤발전기용 연료를 계속 운반하고 비축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국방 데이터센터가 전력 정책 바꾼다
미 전쟁부의 원전 확대 방침은 군사시설의 연산 능력 수요 급증 때문이다. 인공지능 모델과 대규모 센서망, 지휘통제 체계, 전자전 장비가 상시 가동되면서 기지 전력 확보가 가장 큰 현안이 됐다. 에밀 마이클 미 국방부 최고기술책임자는 데이터센터를 ‘전투 연산 사령부(combat compute commands)’라고 표현했다. 데이터센터가 처리하는 정보와 인공지능 분석 결과가 정찰, 표적 식별, 군수지원, 지휘관의 의사결정에 직접 연결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원자로는 이런 부하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기지 내 발전원이 된다.
크레인 프로젝트가 2028년 가동에 성공하면 선정 기업은 미군 시설에서 원자로를 건설하고 운전한 실적을 얻게 된다. 선정 기업은 발전설비만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연료 공급과 군사시설 보안, 원격 제어, 폐기물 관리까지 하나의 운전 체계로 묶어야 한다. 안전과 보안 기준이 높은 펜타곤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기록은 민간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송전망이 부족한 원격지역으로 진입할 때 강력한 영업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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