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약 2주 동안 해야 했던 기업 랜섬웨어 공격을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10시간 안에 끝냈다. 정찰과 최초 침투, 비밀번호 탈취, 클라우드 장악까지 공격 전 과정을 수행한 뒤 피해 기업에 80쪽짜리 보안감사 보고서를 남겼다. 공격의 침투 경로 지도와 전리품 목록이다.
2일 세계 최대 보안기업 팔로알토네트웍스의 위협조사팀 유닛42에 따르면 한 랜섬웨어 공격자는 최첨단 AI 모델과 에이전트형 공격도구를 이용해 한 기업 네트워크를 10시간 안에 장악했다.
첫 번째 에이전트가 인터넷에 노출된 시스템을 정찰하고 공개 API의 취약점을 찾아 기업 내부로 들어갔다. 침투에 성공하자 자동화된 정찰 에이전트가 내부 마이크로서비스의 구조를 그렸다. 이어 여러 하위 에이전트가 기업의 소스코드 저장소를 뒤져 코드 안에 하드코딩된 인증토큰과 서비스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공격자는 이 정보로 비밀관리 시스템에 접근한 뒤 최고관리자 자격증명을 훔쳐 루트 권한을 확보했다.
‘피벗 전문 에이전트’들은 클라우드와 사용자 계정, CI/CD 개발배포망, 컨테이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차례로 점검했다. CI/CD 작업흐름을 탈취해 클라우드 접근키도 빼냈다. 피해 기업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AI 서비스는 공격을 지휘하는 인프라로 바뀌었다. 정상적인 AI 트래픽 속에 해커의 명령을 숨기면서 피해 기업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했다.
AI 에이전트는 각 단계의 결과를 감시하고 다음 행동을 평가한 뒤 계획을 다시 세웠다. 정해진 공격 스크립트를 순서대로 실행한 것이 아니라 내부 상황에 맞춰 다른 에이전트를 투입했다. 기업의 보안담당자가 한 침입경로를 차단하는 동안 AI가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구조다.
공격속도가 30배 빨라졌다
이번 공격에서 새로운 제로데이 취약점이나 최고 수준의 해킹기술은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에 노출된 API, 코드에 남겨둔 인증정보, 과도한 계정권한, 허술한 CI/CD 관리처럼 기업 내부에 이미 존재하던 약점을 AI가 빠르게 연결했다.
사람이 2주 동안 수행할 작업을 10시간에 끝냈다고 전해졌다. 단순 시간 기준으로 약 30배 빨라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복제비용이다. 숙련된 해커 한 명은 여러 기업을 동시에 깊숙이 공격하기 어렵다. AI 에이전트는 같은 정찰·침투, 권한확대 작업을 수십 개 기업에서 병렬로 실행할 수 있다. 실력이 부족한 범죄자도 AI에 목표와 공격도구를 주면 숙련된 조직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한 곳을 공격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대기업뿐 아니라 병원과 대학, 제조업체, 지방정부까지 수익성 있는 표적이 된다.

오픈AI, 아스트라의 공격 ‘Critical’로 분류
AI가 해커에게 조언하는 수준을 지나 스스로 기업 시스템을 찾아다니며 공격을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Astra)’는 회사가 정한 사이버보안 위험평가에서 처음으로 ‘Critical’ 기준을 넘어섰다. 이 등급은 AI 모델이 복잡한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하고 기존 방어체계에 중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최고 위험구간이다.
오픈AI는 아스트라 출시를 추진하되, 실제 해킹에 악용될 수 있는 고급 사이버 기능은 일반 사용자에게 개방하지 않고 검증된 보안 연구자와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 패치를 만드는 능력과 취약점을 공격에 사용하는 능력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 모델의 코드추론과 도구사용 능력이 좋아질수록 보안기업은 취약점을 빨리 찾지만 공격자도 같은 모델로 침투속도를 높일 수 있다.
보안칩 하나로 막을 수 없는 공격
반도체와 서버업계에도 직접적인 숙제가 생겼다. 보안칩과 신뢰 실행환경, 하드웨어 기반 키 저장장치가 있어도 개발자가 인증키를 코드에 남기거나 AI 에이전트에 과도한 권한을 주면 시스템 전체가 뚫린다. AI 가속기에 투자한 데이터센터가 공격자에게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팔로알토 관계자는 “기업은 사용하는 AI 모델과 API 키, 에이전트,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 게이트웨이를 서버와 데이터베이스처럼 핵심 인프라로 관리해야 한다”며 “계정 하나가 탈취되더라도 클라우드와 개발망 전체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침해가 감지되면 인증정보 폐기와 OAuth(Open Authorization) 세션 종료, CI/CD 중단, 클라우드 계정 격리를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에게 승인받고 순서대로 대응하는 동안 공격 에이전트는 이미 다음 시스템으로 넘어간다. 방어조직도 에이전트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아스트라의 위험등급과 AI 에이전트의 공격은 같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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