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이 전쟁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수출하는 방산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미국 국방 데이터기업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가 첫 번째 핵심 투자자로 나섰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동맹국에 방산기술을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한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축적된 기술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자산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민간기업의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카프는 페도로프가 1일 엑스(X)에 공개한 영상에서 “당신과 동료들이 만드는 회사는 세계를 규정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쟁 지식과 경험을 제품으로 만들어 동맹국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회사 이름, 구체적인 개발제품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쟁터가 가장 정확한 무기 시험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과 인공지능, 위성통신, 전장 소프트웨어가 한꺼번에 실전에 투입됐다. 상용 드론은 정찰기와 자폭무기로 바뀌었고, 인공지능은 수많은 영상에서 표적을 찾는다. 포병과 무인기, 전자전 장비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도 전투 성과를 좌우하고 있다.

평시 방산개발은 요구성능을 정하고 시제품을 만든 뒤 시험과 군 인증을 거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전파방해와 방공망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과 소프트웨어를 수주 또는 수개월 단위로 수정했다. 재밍에 막힌 통신방식을 교체하고, 비행 알고리즘을 바꾸며, 현장의 데이터를 다음 제품에 바로 반영했다.

페도로프는 “전면전 기간 우리 팀은 우크라이나 방산기술을 다루면서 기술이 현대전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 회사가 판매하려는 자산도 특정 무기 하나보다 이처럼 빠르게 개발하고 실전에서 검증하는 체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장 데이터와 미국 조달망을 결합

팰런티어는 여러 군사센서와 정보기관 자료를 결합해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미국과 동맹국에 공급한다. 카프가 첫 투자자로 참여하면 신생기업은 자금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군, 방산업체에 접근할 통로를 얻을 수 있다.

전장에서 성능을 검증한 우크라이나 기술과 미국의 자본·소프트웨어·조달망을 결합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가 값싼 드론과 전자전 대응기술을 제공하고, 미국 기업이 이를 표준화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에 판매하는 새로운 방산 공급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카프도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데이터를 팰런티어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드론 손실, 전파방해, 표적식별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는 일반적인 훈련장에서 만들기 어려운 자산이다. 이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과 전장 소프트웨어는 유럽 국가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이 될 수 있다.

올해 35세인 페도로프는 국방장관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각으로 해임됐다. 그는 정부를 떠난 뒤 미국 투자자와 기술기업 경영자를 만나며 우크라이나 방산 분야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페도로프는 새 회사와 별도로 미국 자금을 유치하는 방산기술 투자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이 펀드는 전장로봇과 요격 드론, 인공지능 유도미사일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제2의 이스라엘 노리는 우크라

이스라엘 방산기업은 중동에서 검증한 무기를 ‘전투 실증 완료’라는 이름으로 수출해 성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여기에 드론 대량운용과 민간 개발자 동원, 인공지능 표적분석, 짧은 개량주기를 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포탄과 드론을 판매하는 국가를 넘어 전쟁기술을 빠르게 만들고 시험하며 개선하는 운영체계까지 수출하려 한다. 팰런티어는 그 경험을 미국과 유럽의 조달시장에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이다.

카프가 투자하는 이 기업은 한국 방산업계에도 낯선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생산능력과 납기,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넓혔다.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매일 바뀌는 전장에서 살아남은 소프트웨어와 드론 운용 데이터를 들고 나올 기세다. 얼마나 많은 실전 데이터를 제품에 반영했는지를 시장이 묻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