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AI가 12일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그록 4.6(Grok 4.6)’을 공개했다. 독립 AI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지수에서 61점을 기록해 중국 문샷AI의 키미 K3를 1점 차로 앞섰다.
평가표에 표시된 모델 순서로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푸스 5가 63점으로 선두다. 클로드 페이블 5가 62점으로 뒤를 이었고, 오픈AI의 GPT-5.6 솔과 그록 4.6이 각각 61점을 받았다. 그록 4.6은 공개 직후 평가표에서 네 번째 자리에 올랐다. 중국 최고 성능 모델로 평가받던 키미 K3는 60점으로 그 뒤에 섰다.
다만 ‘세계 4위’라는 표현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록 4.6과 GPT-5.6 솔은 점수가 같고,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모델 상세 페이지는 모델 변형과 동점을 별도로 계산해 그록 4.6을 전체 183개 모델 가운데 6위로 표시한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핵심 선두 모델을 나열한 평가표에서 네 번째, 점수로는 GPT-5.6 솔과 공동 3위권이다.
순위 하나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스페이스XAI가 중국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최상위 폐쇄형 모델과 같은 점수를 냈다는 사실이다.
키미보다 빠르고 싸다
그록 4.6과 키미 K3의 지능지수 차이는 1점에 불과하다. 이 점수만으로 어느 모델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 기업 고객이 보는 가격과 처리속도까지 붙이면 그림이 달라진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측정한 그록 4.6의 출력속도는 초당 약 78토큰이다. 토큰은 AI가 글을 읽고 생성하는 기본 단위다. 키미 K3는 초당 약 41토큰이었다. 그록이 거의 두 배 빠르다.
API 가격도 공격적이다. 그록 4.6의 기본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2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6달러다. 키미 K3의 측정 기준 가격은 각각 3달러와 15달러다. 특히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출력 가격에서 그록은 키미의 40% 수준이다.
평가에 투입된 총비용도 그록 4.6이 약 1,068달러, 키미 K3가 약 2,425달러로 나타났다. 벤치마크 조건과 모델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지만, 기업이 대규모 AI 에이전트를 돌릴 때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선명하다.
키미 K3에도 분명한 강점이 있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문맥 길이가 100만 토큰으로 그록 4.6의 50만 토큰보다 두 배 길다. 무엇보다 키미 K3는 모델 가중치가 공개된 오픈웨이트 모델이다. 기업과 개발자는 자체 서버에 설치하고 목적에 맞춰 변형할 수 있다. 그록 4.6은 스페이스XAI의 서버와 API에 의존하는 폐쇄형 모델이다.
이번 경쟁은 단순한 미국 모델과 중국 모델의 성능 대결이 아니다. 폐쇄형 AI의 가격·속도와 오픈웨이트 AI의 통제권이 충돌하는 시장 경쟁이다.
그록 4.6은 ‘답변 기계’보다 ‘일하는 AI’를 겨냥했다
스페이스XAI는 그록 4.6을 그록 4.5의 단순한 성능 개선판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핵심은 장시간 지속되는 에이전트 작업이다.
기존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한 뒤 멈춘다. AI 에이전트는 자료를 조사하고, 여러 파일을 읽고, 코드를 수정하고, 결과를 시험한 뒤 다시 고친다. 한 번의 대화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이어가야 한다.
스페이스XAI는 그록 4.6이 복잡한 업무를 여러 단계에 걸쳐 수행하고, 코드베이스를 분석하며, 아이디어를 실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드는 능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장시간 작업에서는 자신이 만든 결과를 시험하고 검증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행동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훈련 방식도 달라졌다. 회사에 따르면 그록 4.6은 그록 4.5보다 더 긴 추가 훈련을 거쳤다. 추론과 첨단 기술 개념을 담은 선별된 합성 데이터, 고품질 엔지니어링 데이터, 개선된 최적화 기법이 투입됐다. 이후 그록 4.5가 생성한 추론·소프트웨어·과학기술 분야 작업 경로를 다시 선별해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에 사용했다.
회사가 공개한 개별 평가에서도 방향이 드러난다. 그록 4.6은 전문 지식업무를 평가하는 GDPVal-AA v2에서 1753점을 기록했다. 그록 4.5의 1526점, GPT-5.6 솔의 1728점, 클로드 페이블 5의 1741점을 웃돈다고 스페이스XAI는 밝혔다. 다만 이 표에는 회사 자체 측정값과 공개된 제3자 결과가 함께 쓰였기 때문에, 모든 작업에서 그록이 경쟁 모델보다 우위에 섰다는 의미로 확대하면 안 된다.
그록 4.6은 현재 스페이스XAI API와 그록 빌드, 커서, 오픈라우터, 버셀, 클라우드플레어 등을 통해 공급된다. 발표용 모델에 머물지 않고 개발자가 바로 호출해 제품과 업무 시스템에 넣을 수 있는 상태다.
중국에 빼앗긴 가격 주도권을 되찾는다
키미 K3의 등장은 미국 AI 업계에 불편한 사건이었다. 중국 모델이 미국 최상위권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내면서 모델 가중치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고성능 AI는 미국 빅테크만 만들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렸다.
그록 4.6은 미국 진영의 반격이다. 중국 모델보다 1점 높은 성능 자체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다. 대신 비슷한 지능을 더 빠르고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 붙었다. AI 경쟁의 기준이 벤치마크 점수에서 한 달에 얼마를 내고 얼마나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AI의 구조가 갖는 의미가 있다. 머스크 진영은 AI 모델만 파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와 X의 실시간 데이터, 스타링크 통신망, 스페이스X의 발사체와 위성 운용 능력을 한 울타리 안에 넣고 있다.
그록 4.6이 위성에서 직접 AI 연산을 수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기술적 결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상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위성통신망, 국방·정부 고객, 우주 발사 능력을 하나의 기업집단이 확보한 구조는 이미 만들어졌다. 그록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스페이스XAI는 단순한 우주기업도, 단순한 챗봇 기업도 아닌 AI 인프라 복합기업으로 변한다.
한국은 모델 순위표에도 없다
미국은 앤스로픽과 오픈AI, 스페이스XAI가 최상위권을 나눠 갖고 있다. 중국은 키미 K3뿐 아니라 GLM과 딥시크 계열 모델을 계속 밀어 올린다. 독점형 모델과 오픈웨이트 모델, 클라우드 서비스와 자체 구축 모델이 동시에 경쟁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통신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상위 모델 경쟁에서 독립적인 한국 모델의 이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GPU를 확보하고 HBM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데이터를 축적하고, 어떤 연산 인프라에서 모델을 훈련하며, 얼마에 API를 공급하고, 개발자가 실제 업무에 넣도록 만들 것인지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록 4.6과 키미 K3의 1점 차이는 작다. 한국과 선두권 사이의 거리는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AI 모델의 성능과 가격을 놓고 싸운다. 한국은 아직 GPU 구매 계획을 산업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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