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DOE)가 오류를 실시간으로 교정하는 ‘결함허용 양자컴퓨터(fault-tolerant quantum computer)’ 개발에 최대 2억1500만달러를 투입한다.
DOE는 17일 ‘퀀텀 제네시스 Q 컴피티션’을 공고하고 민간기업으로부터 제안서 접수를 시작했다. 2026 회계연도 예산 250만달러가 우선 배정됐다. 전체 사업비는 의회의 후속 예산 승인에 따라 최대 2억1500만달러까지 확대한다.
DOE 산하 여러 국립연구소에는 별도로 45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양자·고성능컴퓨팅 검증 및 확인 테스트베드 연구소(V&V: Validation and Verification Testbed Lab Call)를 공모해 기업이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독립적으로 검증한다. 이 가운데 2026 회계연도 예산은 1400만달러이며 후속 예산은 의회 승인에 달려 있다.
지난 6월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중국의 라인샤인이 엘캐피탄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슈퍼컴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 이후 9년만이다. 중국의 HPC 약진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DOE의 퀀텀 제네시스 프로젝트도 HPC 패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기 위한 대비책 중 하나다.
논리 큐비트가 계산을 얼마나 버티는지 측정
현재 양자컴퓨터는 열과 진동, 전자기 간섭, 제어신호 오차로 큐비트 상태가 쉽게 무너진다. 계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류가 쌓이면서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함허용 양자컴퓨터는 물리 큐비트 여러 개에 정보를 분산해 논리 큐비트를 만들고, 계산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오류를 찾아 복구한다. 오류정정 회로를 반복 실행하면서도 논리 큐비트의 수명과 연산 정확도가 유지돼야 신약·촉매·원자로·핵융합·신소재 계산에 투입할 수 있다.
DOE는 논리 큐비트 수와 논리게이트 오류율, 계산 지속시간, 오류정정에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 제어장비와 냉각설비의 규모를 함께 평가한다. 개발팀이 제시한 성능은 DOE 국립연구소의 동일한 문제와 측정 절차를 거쳐 검증된다.
V&V 가운데 Verification은 양자컴퓨터가 설계 사양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Validation은 장비가 화학·재료·핵물리 등 실제 연구문제를 정확하게 풀 수 있는지 평가한다.


엘캐피탄·프런티어·오로라, 세계 2~4위가 DOE 산하에
DOE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데이터와 슈퍼컴퓨터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2026년 6월 TOP500 기준 세계 2~4위 슈퍼컴퓨터가 모두 DOE 국립연구소 소속이다.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의 ‘엘캐피탄’은 초당 180경 회 이상을 계산하는 엑사플롭스급 시스템으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미국이 핵실험 없이 핵탄두의 노후화와 안전성, 폭발 과정, 핵물질의 변화를 계산하는 비축핵무기관리 프로그램에 사용한다. 양자컴퓨터는 핵물질의 전자구조와 극한 압력에서의 물성처럼 슈퍼컴퓨터 계산량이 급증하는 문제를 맡을 수 있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프런티어’는 세계 3위다. 핵융합 플라스마와 원자로, 촉매, 배터리, 기후, 천체물리 계산을 수행한다. 프런티어가 전체 시뮬레이션을 운영하면서 양자컴퓨터에는 분자 에너지와 재료의 양자상태처럼 특정 부분을 계산시키는 혼합형 작업이 가능하다.
아르곤국립연구소(ANL)의 ‘오로라’는 세계 4위다. 입자물리와 신소재, 화학반응, 원자로 설계, 우주 연구에 사용된다. 아르곤은 DOE의 양자정보과학 연구센터인 Q-NEXT를 이끌며 양자소자와 센서, 통신, 소재를 연구해 왔다. 오로라의 계산 결과와 양자 프로세서의 답을 같은 연구문제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세 시스템의 공통점은 엑사플롭스급 계산능력과 검증된 과학 소프트웨어다. DOE는 이 자원을 이용해 양자컴퓨터가 낸 답을 고전 슈퍼컴퓨터의 결과와 대조하고, 계산 속도와 정확도, 전력 소비, 오류정정 비용을 측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원자로와 핵연료 연구에 특화돼 있다. 슈퍼컴퓨터 ‘비터루트’를 이용해 원자로 내부의 중성자 이동과 냉각재 흐름, 핵연료의 온도·변형, 사고 조건을 계산한다.
원자로 해석에서는 중성자와 물질의 상호작용, 연료 분자의 전자상태, 부식과 열화 반응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양자컴퓨터는 연료와 냉각재 물질의 양자화학 계산을 맡고, 비터루트는 원자로 전체의 열수력과 구조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는 핵무기 비축 관리와 핵물질 안전, 플라스마, 폭발유체, 재료과학을 연구한다. 엔비디아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탑재한 ‘베나도’는 과학 인공지능과 국가안보 연구에 사용된다. 로스앨러모스는 2026년 ‘미션·비전·베리타스’ 슈퍼컴퓨터 도입계획도 공개했다.
핵무기 계산에는 폭발 과정의 유체역학과 고온·고압 물질의 변화, 플루토늄의 복잡한 전자구조가 함께 들어간다. 슈퍼컴퓨터가 무기 전체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양자컴퓨터가 핵물질의 미시적 물성을 정밀 계산하면, 지하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모델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국립에너지연구과학컴퓨팅센터(NERSC)는 ‘펄뮤터’를 운영한다. 펄뮤터는 암흑에너지와 입자물리, 단백질, 배터리, 촉매 연구에 사용되며 미국 전역의 DOE 연구자에게 계산 자원을 제공한다. 여러 연구기관이 동일한 양자컴퓨터를 원격으로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의 관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슈퍼컴이 양자 프로세서 검증
DOE가 추진하는 양자·고성능컴퓨팅 결합은 슈퍼컴퓨터를 양자컴퓨터로 교체하는 계획이 아니다. 프런티어와 오로라가 대규모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처리를 진행하고, 양자 프로세서에는 분자 바닥상태와 화학반응 경로, 재료의 전자구조처럼 양자역학적 계산이 집중되는 부분을 보낸다.
슈퍼컴퓨터는 양자 회로 작성과 오류정정 신호 해석, 결과 검증도 담당한다. 양자컴퓨터가 계산한 값을 받아 전체 시뮬레이션에 다시 넣는 과정까지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연결된다.
양자 기술 개발 기업들은 저마다 방식이 다르다. 구글·IBM의 초전도 큐비트, 퀀티넘·아이온큐의 이온트랩, 사이퀀텀·자나두의 광자, 인플렉션·큐에라·아톰컴퓨팅의 중성원자 방식은 구조와 오류 특성이 서로 다르다. DOE 테스트베드는 각 시스템을 같은 과학문제에 투입해 논리연산 정확도와 계산시간, 장비 규모를 비교할 계획이다.
DOE는 25일 퀀텀 제네시스 Q 신청기관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연다. 이후 선정된 개발팀의 단계별 성능은 국립연구소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되며, 통과한 기업에게는 후속 개발비를 지급하고 DOE 과학계산 시스템에 더 접근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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